개인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감각중 하나가 그 시절 당시의 ‘향기’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여기 저기 다니다 보니 많은 장소, 명소에 대해 방문했던 시간이나 장소는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당시 느꼈던 향기, 향수 만큼은 오래 기억나는 것 같습니다.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로 ‘세계 최고의 향수’를 만들겠다는 주인공의 광기를 정말 세세하게 묘사를 잘 해두어서 클라이막스로 갈수록 저조차도 그 광기에 사로잡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럼 제가 ‘향수’를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의 순서
‘향수’ 주요 내용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루 누이’는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극히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한 시장의 생성 대가리 사이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
그는 신체적으로 왜소하고 별 볼일 없었지만 후각으로 밤에 불빛 없이 길을 다닐 수 있으며 냄새가 나는 것이면 머릿속으로 다 그리며 평생 그 냄새를 기억하는 매우 천재적인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그는 정작 사람에게서 기본적으로 나야 하는 냄새가 전혀 없었고 이를 괴이하게 느낀 그 주변 사람들은 그를 기피하고 심지어는 죽이려고까지 한다. 하지만 그는 번데기처럼 매번 살았고 성장하다 우연히 파리의 도시 속에서 한 여인의 향기에 매료되어 그녀를 따라가다 그녀를 살해하기까지 이른다. 그녀의 향기는 지금껏 맡아본 적 없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오묘하면서 최고의 향기였다. 하지만 그녀의 향기를 다시는 맡을 수 없다는 사실에 그는 크게 절망했다. 그와 동시에 그는 그녀의 향기와 같은 ‘사람 냄새’에 대해 소유욕을 느끼기 시작했다. 향수 제조법을 배우던 중 그는 자신에게는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큰 혼란에 빠지게 되고 더욱 궁극의 향수 제조에 욕망을 느끼게 된다. 이를 위해 향수를 제조하는 기술이 뛰어난 ‘그라스’라는 도시에서 스물다섯 번에 걸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는 살인을 통해 그녀들의 향기를 잠시 ‘소유’할 수는 있었지만 결국은 소멸할 것이며 이에 대해 낙담한다. 이후 그는 붙잡혀 사형에 처해질 위기까지 가지만 그가 지금껏 배워온 제조기술과 스물다섯 명의 여인을 제물로 하여 만든 향수를 뿌려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매료해버린다. 그와 동시에 이건 ‘자신이 쓴 가면’에 불과하며 결국 자기 자신이 가진 것은 병안에 든 궁극의 향수뿐이라는 것을 느끼며 자신이 태어난 프랑스 오를레앙에 도착해 사람들 사이에서 가지고 있는 향수를 다 뿌려버리고 향수에 이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그를 소유하고 싶다는 본능만이 머릿속에 존재하게 되어 그를 먹어치워버리고 만다.
인상 깊었던 구절
향수병을 잡고 있는 손에서 아주 부드러운 향내가 퍼졌다. 손을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아 본 그는 기분이 우울해졌다. 몇 초간 걸음을 멈춘 그는 다시 냄새를 맡아보았다. 이 향수가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향수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것인지 아는 사람도 없다. 사람들은 단지 그 효과에 굴복할 뿐이니까. 그렇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자신들을 매혹시키는 것이 향수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이 향수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사람은 그것을 만들어 낸 나 자신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 향수의 마법에 걸리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 아닌가. 이 향수는 내게는 아무 의미도 없다. / p375
그루 누이가 납골당에서 일어나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을 때 처음에는 그걸 알아차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마치 원래부터 그들과 같은 패거리였던 것처럼 그는 눈에 띄지 않고 볼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이 점이 나중에 그들로 하여금 그가 유령이나 천사, 혹은 초자연적인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게 만든 이유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보통 낯선 자의 접근에 지극히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치 땅속에서 솟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푸른 옷을 입은 작은 남자가 작은 병을 손에 들고 거기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가 병 마개를 열었다. 누군가 거기에 서서 병 마개를 여는 것,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첫 순간이었다. 그 남자는 작은 병의 내용물을 이리저리 흩뿌리기 시작했고, 그러자 갑자기 환한 불길에 휩싸인 것처럼 아름다움이 퍼져 나갔다.
한순간 그들은 외경심과 놀라움으로 주춤거렸다. 그러나 그 순간 벌써 그들은 뒷걸음질이 아니라 그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외경심이 갈망으로, 놀라움이 감격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이 인간 천사에게 이끌리는 것을 느꼈다. 막을 수 없고, 또 막고 싶지도 않은 힘찬 물결이었다. 이미 그 의지는 물결에 의해 허물어졌고 오히려 그를 향해 가까이, 더 가까이 가고자 할 뿐이었다.
그의 주위로 이삼십 명의 원이 만들어졌다. 그 원이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곧 원이 더 이상 좁혀질 자리가 없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밀치고 떠밀면서 가운데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모드를 한가운데로 가까이 다가가고자 애를 썼다.
그러자 순식간에 저지선이 무너지면서 원이 허물어져 버렸다. 천사에게로 몰려간 사람들이 그를 덮쳐 바닥에 쓰러뜨렸다. 다들 그를 만지고 싶어, 그의 일부분이라도 갖고 싶어 안달이었다. 작은 깃털 하나, 날개 한 조각, 그 놀라운 불꽃을 두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다. 옷이 찢어졌고 머리카락과 피부가 떨어져 나갔으며 몸뚱어리가 물어뜯겼다. 사람들은 손톱과 발톱을 세우고 그의 육체에 달려들었다. 마치 하이에나들 같았다.
그러나 인간의 육체는 아주 질겨서 쉽게 듣어지지가 않았다. 아마 말이었다고 해도 힘이 들었을 것이다. 곧 여기저기서 단검이 번쩍이더니 그의 몸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도끼와 칼을 이용해 둔탁한 소리를 내며 관절과 뼈를 토막내 버렸다. 천사의 몸뚱이는 삽시간에 서른 조각으로 잘렸다. 그걸 한 조각씩 움켜쥔 사람들이 황홀한 쾌감을 느끼며 뒤로 물러나 먹기 시작했다. 반 시간쯤 지나자 장 바티스트 그루 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p377~378
글을 마치며…
초반부 그가 후각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음을 글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작가가 문장 하나하나 노력을 기하여 이 책을 저술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직접 그 향기를 맡으면서 마치 그 형상을 기억하려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몰입감이 있게 글을 써 내려간다.
주인공인 ‘장 바티스트 그루 누이’는 우연히 여인의 향기를 맡고 끝없는 황홀함에 이끌려 의도치 않은 살인을 저지르는데 여기서 그는 그 향기를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보면 태어나자마자 죽을뻔했던 그가 끈질기게 살아가려는 목적이 그 ‘향기’때문이라 생각할 정도로 매혹적이었기 때문에 그는 그 향기를 소유하기까지 끈질기게 살아간다. 그가 향기를 추출하기 위해 향수 제조사로서의 그의 능력을 발휘하는 부분 또한 이 책을 읽는 재미중 하나이다. 그는 정말 후각에 있어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일반 사람들이 맡지 못하는 냄새를 맡는 것은 기본이고 그 냄새를 세세하게 분석할 수 있었으며 평생 그 향기를 머릿속에 기억하여 언제든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천재적인 그가 스물다섯 명의 여인을 살인하면서 결국 죽기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자칫 황당 무계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소재에 치밀한 작가의 문장력이 더해져 엄청난 명작을 탄생시켰다. 이 책을 읽고 나서의 여운은 내가 첫 추리소설 입문이자 아직까지고 추리소설 중 가장 충격적이며 내가 생각하는 1위의 책인 ‘악의’만큼이나 오래갈 것 같다. 그가 저지른 살인이나 향수 제조를 배우는 행위 모두 어떻게 보면 그가 궁극의 향을 찾고자 하는 본능적이면서도 가장 원초적인 행동이 아니었나 싶다. 배운 게 없어서 가장 순수하면서 어떻게 보면 가장 악랄하며 잔인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가 현대 시대에 태어나 이와 같은 천재성을 발휘했으면 어떤 전개가 펼쳐졌을까 하는 상상을 하는 것 또한 사색에 잠기기에 충분히 좋은 소재인 듯하다. 이 책은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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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향수’를 읽고 쓴 지극히 주관적인 소감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